'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'...폐지 줍는 노인의 재탄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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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강동복지관 작성일2023-12-29 10:43 조회1,801회 댓글0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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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새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."
강옥자(78) 씨는 정규직으로 일한 지 올해 3년 차가 됐다. 그전까지만 해도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를 버텼다. 새벽부터 저녁까지 10시간 일해도 만 원을 벌기 힘들었다.
그렇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대신 폐지를 주워가며 모은 돈으로 손주들을 키웠다. 두 살, 네 살이던 손주들은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다.
그는 6년 전 '아립앤위립' 대표로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. 아립앤위립은 폐지를 수거하는 빈곤노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설립된 기업이다.
강 씨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돈을 벌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. 70이 넘는 나이, 새로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.
하지만 강 씨는 꼭 한번 '도전해 보고 싶었다'고 한다. 오랜 시간 누군가의 엄마이자 할머니로 살아왔던 강 씨.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'강옥자'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힌 사원증을 받았다.
지난 6일 찾은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강씨와 함께 5명의 어르신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. 70대 이상인 이들 모두 아립앤위립이 운영 중인 브랜드 '신이어마켙' 소속 '작가'로 활동하고 있다.
김명심(83) 씨는 "한글 잘 몰라. 글씨를 쓴 게 아니라 그렸어"라고 웃으며 말했다. 김 씨 옆자리에 앉은 함복순(90) 씨도 귤을 '기율'이라고 적으며 웃었다.
건너편 책상에서 작업 중인 김말엽(84) 씨는 이름을 ‘김므랄엽’으로 적었다.
이렇게 어르신들이 손수 쓴 글과 그린 그림은 그림엽서, 디자인 문구 등에 들어간다.
'신이어마켙'에서 2030 청년들은 제품을 기획하고 시니어들은 직접 제품을 제작 및 포장한다.
알록달록한 그림, 삐뚤빼뚤 글씨, 맞지 않는 맞춤법 그대로 제품에 녹아있다.
심현보(32) 아립앤위립 대표는 “어르신들의 필체와 그림체 등을 가급적 손대지 않고, 최대한 원본을 보전해 제품으로 만들려 한다”고 말했다.
그는 “모든 게 어르신의 인생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”이라며 “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어르신을 존중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”고 덧붙였다.
점심시간이면 청년 구성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, 또 직접 부쳐온 고구마 전을 나눠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라고 한다.
[후략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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